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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vs AI: 진단은 가능하지만 ‘설명’은 못하는 이유

by goodnews013 2025. 7. 8.

인공지능(AI)의 의료 분야 진출이 가속화되며, 'AI가 인간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상 진단, 유전자 분석, 병리 데이터 처리와 같은 영역에서는 AI의 정확도가 점점 향상되며 실제 임상에서도 활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진단은 가능해도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왜 AI는 병의 원인을 알려주는 것보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시키는 설명에 약할까요? 본 글에서는 그 이유를 의료 커뮤니케이션, 인간 중심적 이해, 설명의 맥락성, 그리고 의료 윤리의 관점에서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의사 vs AI: 진단은 가능하지만 ‘설명’은 못하는 이유

AI는 진단 알고리즘, 의사는 맥락의 전문가

AI는 주어진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질병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영상의학에서 CT나 MRI를 분석해 종양의 위치나 크기를 식별하거나, 피부 사진을 바탕으로 흑색종과 양성 병변을 구분하는 일에서 AI는 매우 높은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진단 결과는 통계와 패턴 인식의 결과물일 뿐, 환자의 상황과 맥락을 해석하는 능력은 별개입니다.

의사는 단순히 병의 존재 여부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환자의 나이, 가족력, 사회적 배경, 정서적 반응, 치료에 대한 기대치까지 모두 고려하여 ‘왜 이 병이 생겼는지’, ‘치료는 어떤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지’, ‘이 결과가 환자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AI는 의학적 "무엇(what)"을 잘 처리하지만, 인간은 "왜(why)"와 "어떻게(how)"를 전달합니다. 이 지점에서 설명 능력의 격차가 드러납니다.

설명은 ‘정보’가 아니라 ‘이해’를 위한 기술

설명은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사소통 행위'입니다. 환자는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이상 현상에 대해 질문할 때, 단순한 의료 용어보다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알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어, "폐에 결절이 있습니다"라는 말보다 "이는 대부분 양성이며, 경과 관찰을 통해 문제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설명이 훨씬 환자의 불안을 덜어줍니다.

AI가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상호작용의 기술’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불안, 당황, 두려움을 읽어내고 이에 맞춰 설명의 강도, 언어,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데이터 처리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설명은 단방향 전달이 아니라, 쌍방향 이해를 전제로 한 협상이며, 이는 인간의 감정, 공감, 판단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설명은 환자의 지식 수준과 정서 상태에 따라 동일한 내용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달해야 하는 유연성을 요구합니다. AI는 여전히 ‘표준화된 정보 제공자’로서 한계를 지니며, 인간 의사처럼 ‘환자 맞춤형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설명’에는 윤리, 책임, 공감이 포함되어 있다

설명은 정보 전달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의료 윤리의 한 축이기도 하며, 의사의 직업적 책임과도 직결됩니다. 환자에게 질병을 알리는 순간, 의사는 단순히 진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 환자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시지를 조절해야 하는 입장에 놓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감력과 윤리적 판단력입니다.

예를 들어, 불치병이나 중증 질환이 발견된 경우, 환자에게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이나 치료 순응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사실도 충격이 덜하게 전달할 수 있으며, 희망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일은 AI가 해줄 수 없는 인간적 판단입니다.

또한, 설명은 ‘책임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진단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듣는 환자는 의사로부터 책임감을 느끼기를 원합니다. 이는 단순히 “이건 당신의 병입니다”가 아니라, “저는 당신의 건강에 함께 책임을 지겠습니다”라는 암묵적 신뢰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AI는 아무리 정밀한 데이터를 제시하더라도, 이런 윤리적 책임감과 신뢰 구축의 역할까지는 대체할 수 없습니다.

AI는 '보조자'로서의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

AI가 의료 현장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합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과거 진료 기록을 기반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추론하며, 진단과 치료의 일관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AI가 조기 진단 및 예방적 차원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의사의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라는 방향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의사는 환자와의 관계, 감정, 신뢰, 설명을 통해 질병을 넘어서 ‘삶’을 다루는 사람입니다. AI는 의사의 판단을 뒷받침하고, 더 정확하고 근거 있는 진단을 도와주는 기술적 동반자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의료는 ‘AI vs 의사’의 경쟁 구도가 아닌, ‘AI + 의사’의 협력 구도로 재편될 필요가 있습니다. 설명은 인간이 하고, 진단은 AI가 돕는 모델이야말로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의 만족도와 치료 결과를 모두 개선할 수 있는 지향점이라 하겠습니다.

맺음말

인공지능은 의료 영역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으며, 그 가능성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입니다. 그러나 의료가 단순한 정보 전달과 처방의 과정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과 삶을 이해하고 동행하는 과정임을 생각할 때, AI는 인간의 전적인 대체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진단은 수치로 할 수 있지만, 설명은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결국, 설명이 필요한 순간에는 여전히 인간 의사의 온기 있는 말 한마디가 필요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 말의 무게와 진정성은 데이터가 줄 수 없는 가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