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 과연 변호사와 재판관도 대체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AI의 법률 적용 현황과 기술적 한계, 인간만의 판단력과 정의감이 왜 중요한지를 분석합니다. 법조계의 미래와 인간 중심 판단의 본질을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변호사와 재판관은 AI가 대체할 수 있는가
법조인의 역할은 단순히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가 놀라운 오늘날, 다양한 산업군에서 자동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단순 반복 업무는 이미 기계가 인간을 넘어선 지 오래며, 금융·물류·의료 등 전문 분야에서도 AI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AI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매우 활발하며, 특히 법조계 역시 그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질문해야 합니다. 변호사와 재판관의 역할은 단순히 법을 적용하는 기계적 판단인가? 법조인의 업무는 일견 ‘법률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직업’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훨씬 더 복합적이고 섬세한 인간적 요소가 작용합니다.
변호사는 단지 법 조항을 대입해 결과를 말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사건의 맥락을 파악하고,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며, 의뢰인의 입장을 해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재판관은 또한 판결 그 자체 이상의 무게를 지니며, 사회적 가치 판단, 형평성, 전례 분석, 피해자의 진술과 가해자의 태도 등 수많은 요소를 고려합니다.
이는 인간만이 가진 복합적 사고와 정서적 이해, 도덕적 판단이 있어야 가능한 업무입니다. 즉, 표면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구조는 체계화될 수 있지만, ‘정의’를 구현하는 법조인의 본질적인 역할은 결코 단순화될 수 없습니다.
AI 법률 기술의 현주소 – 가능성과 한계 사이
실제로 현재 법조계에서는 AI의 활약이 일부 실현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부 로펌은 문서 검토(리걸 리서치)나 판례 분석, 계약서 초안 작성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ROSS’, ‘DoNotPay’ 같은 인공지능 법률비서 시스템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방대한 판례와 법 조항을 신속하게 검색하고, 사용자가 입력한 질의에 따라 적절한 법적 해석을 제시해주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반복적이고 데이터 기반의 법률 업무는 AI의 속도와 정확성 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비용 절감, 시간 단축, 휴먼에러 방지라는 측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전제가 하나 빠져 있습니다. AI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그에 따라 결과를 예측하는 도구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법률의 세계는 늘 정형화된 상황만 다루지 않습니다. 같은 사건처럼 보이는 사안도, 피해자의 심리적 충격이나 가해자의 반성 여부, 사회적 여론 등 비정형적 요소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서적·도덕적 맥락을 AI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AI가 특정 결과를 제시했을 때,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불투명하거나, 기술적 오류로 인한 편향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블랙박스 AI”의 문제로, 결과는 있지만 책임 소재는 불분명한 구조입니다. 법의 이름으로 내리는 결정에 있어 책임이 모호한 알고리즘이 판단을 대신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판단력'과 '정의감'은 인간의 고유 영역인가?
법조계에서 중요한 개념은 ‘정확성’만이 아닙니다. 정의(Justice), 공정성(Fairness), 형평(Equity)과 같은 개념은 수학적으로 정확한 판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맥락과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야 하며, 인간의 직관, 윤리, 공감 능력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한 청년이 생계유지를 위해 생필품을 훔친 사건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법 조항대로만 보면 절도죄가 성립하겠지만, 이 청년의 상황이 극도로 어렵고, 반성의 태도가 진심 어린 경우 ‘선처’라는 인간적 고려가 개입되기도 합니다. 이는 기계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특히 재판관은 법 해석과 적용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가치관을 고려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어떤 판결이 사회적으로 더 정의로운가’, ‘이 사건이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 같은 고민이 필수적이며, 이는 수치화할 수 없는 인간만의 판단력을 필요로 합니다.
또한, 판결이라는 것은 단순히 현재의 법률에 맞춰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유사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전례(precedent)’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 파급력도 큽니다. 이처럼 법조인의 판단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로 기능합니다. AI가 이런 ‘미래지향적 판단’까지 수행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법조계의 미래 – AI는 조력자, 인간은 책임자
AI는 분명 법률 분야에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분석적인 업무에서는 사람보다 더 정확하고 빠르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법률 정보 접근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법률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게 무료 법률 정보를 제공하거나, 계약서 자동 작성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기능은 분명 필요합니다.
그러나 법조인의 핵심 역할인 ‘판단’과 ‘책임’은 인간의 몫입니다.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왜 이 판결을 내렸는가”, “어떤 맥락이 있었는가”, “이 결정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와 같은 인간 중심의 통찰과 설명 가능성이 필요한 부분은 AI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의 법조계는 AI와 인간의 협업 구조로 진화할 것입니다. AI가 보조적 도구로서 법률 정보를 분석하고, 인간 법조인은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판단을 통해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바람직합니다. 단순한 대체가 아닌, 책임의 주체가 분명한 역할 구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국 정의는 사람의 손으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그 도구의 방향성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습니다. AI 시대에도, 법조인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더욱 인간적인 법률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질 것입니다.
맺음말
AI는 우리 사회를 바꾸고 있지만,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있어 인간의 역할은 여전히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법은 살아있는 인간을 위한 제도이며, 그 안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일입니다. AI는 조력자일 수는 있어도, 그 책임을 지는 판단자는 될 수 없습니다.